우선 포멧이 좋다.
기존 예능이 몇 명의 고정 멤버가 한정된 장소에서 자기들끼리 재미있게 노는 것이 보통인데,
'나가수'는 그 몇 명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노래들이 어떻게 불려지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노래가 어떻게 변주되는지, 혹은 훌륭한 숨은 노래들이 어떻게 전해지는지,
얼마만큼의 열정을 담아서 부르는지가 느껴지는 거다.
그걸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기존의 다른 프로그램과는 확실히 차별되는 시스템이다.
한마디로 스토리가 아니고 그 콘텐츠가 중요하게 제시되는 프로그램인 거다.
그래서 누가 탈락을 했냐라든지 누가 까탈을 부렸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
추천위원들이 압도적으로 '노래 잘 부른다'는 김건모가 탈락한 것은
그가 노래를 못 불러서도 아니고, 그가 이상한 퍼포먼스를 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열정을 표출하지 못해서이고 그런 노력의 흔적이 보이지 않아서이고
그런 에너지가 청중평가단에 전달되지 않은 거다.
반면에 약간은 밋밋한, 발라드엔 맞지 않은 보이스의 윤도현밴드가 1등한 것 역시
열정, 노력, 에너지가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좋은 점 두번째는 중간점검이다.
자신의 본 실력을 전부 보여주지 않는 것이나 편곡 내용을 완전히 공개하지 않고 서로 견제하는 것도 좋았지만,
뭐니뭐니해도 정엽의 '짝사랑'을 합동공연으로 빛낸 그 부분이 훌륭했다.
사실 '짝사랑'을 정엽이 자신의 풍으로 바꾸는 것은 굉장한 모험인데다가
대중들도 쉽게 호응을 해줄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가수들은 거기에 즉흥적으로 화답하며 박정현, 김범수, 정엽이 같이 자신의 스타일로 노래를 부르면서
어떻게 노래가 달라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고,
이런 건 제 아무리 훌륭한 작가라도 짜낼 수 없는, 여유공간에서 나오는 다른 스토리인 거다.
세번째로 좋은 것은 사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뜬금없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나는 여기서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을 듯 하다.
사실 김건모의 재도전 자체가 우리가 너무도 익숙한 '있고 선배'인 것의 나쁜 전형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어떻게 자율 조정되는지는 곧 밝혀질 것이다.
지금도 스포일러로 이쪽 저쪽에서 떠도는 얘기가 김건모 자진탈락인데,
당연히 그렇게 되리라 봤다.
그만큼 그런 특혜는 용납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아울러 다른 가수의 재도전이라는 선택 자체도 자연스럽게 굉장히 힘든 결정이 되리라.
사실은 이런 문제는 제작진이 단호하게 잘라버리지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정착되는 것도 중요하리라 본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500명의 청중평가단만의 선택이 아니라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의 선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얘기되는 거지만
탈락한 사람은 결코 자신이 못해서 탈락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열정이고 노력이고 에너지이다.
그 공간을 자신의 에너지로 꽉 채우려는 그런 노력의 흔적인 거다.
그것이 없다면 반성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은 연차와는 상관이 없는 거다.
윤도현의 말처럼 만약 탈락을 하게 된다면
엄청난 자극이 될 것이다.
대중과 호흡해야 하는 대중가수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중에 아쉬운 것은 이소라다.
졸지에 국민 히스테리녀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 전까지는 예전에 좋은 노래를 불렀고 음악프로그램을진행한 정도만 알고 있었지,
그녀가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전혀 몰랐고,
단지 '바람이 분다', '너에게도 또다시'에서 보여졌던 그녀의 에너지와
준비과정에서의 섬세한(날카로운?) 준비들을 봤을 뿐이다.
그런데 졸지에 이상한 여자가 되어버린 거다.
제작진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다.
프로그램 정착의 희생양이 되지 않나 싶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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